“내가 왜 그 캠프에 가야 해?”
재이는 말했다. 엄마는 대답 대신 캐리어 지퍼를 끝까지 올렸다. 지퍼가 걸리자 한 번 뒤로 물렀다가 다시 힘을 주었다. 베란다 창문이 바람에 덜컹거렸다. 엄마는 재이가 ‘전환학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재이는 달랐다. 자신이 왜 전환학년에 해당하는지, 왜 그 이상한 캠프에 가야 하는지, 열두 살의 재이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짧은 생애를 아무리 되짚어보아도 자신이 그 캠프에 갈만한 이유는 없었다.
매번 재수 없게 구는 리나에게 팍 인상을 쓰며 째려본 적은 있다. 그러자 화들짝 놀란 리나는 어떤 표정을 지었다. 리나는 무슨 일에서든 재이와 함께하기를 원했다. 리나가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던 날, 재이가 어떤 문제를 틀렸는지 물어보며 자신이 알려주겠다며 닦달했다. 리나는 자꾸만 이상한 호의를 강요했었다.
그렇다고 리나와 사이가 틀어진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좋았기 때문에 좋지 않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 일이 일어난 날 재이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리나와 점심을 먹고 같이 하교했다. 심지어 리나네 집에 놀러 가 고민을 빙자한 비밀 얘기까지 주고받으며 놀았다. 물론 리나에 대한 감정이 항상 좋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정말 매번의 잠깐이었다.
재이는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인터넷에 ‘전환학년 캠프 후기’를 검색했다. 그 캠프에서는 어떤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는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런 정보도 나오지 않았다. ‘전환학년 캠프’로 다시 검색했다. 그럼에도 재이가 원하는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결국 ‘전환학년’을 검색했다. 그러자 많은 글이 쏟아졌다. 그러나 전환학년이 얼마나 우리 사회에 좋은 제도인지, 근 이십 년 동안 범죄율 감소와 국가 행복지수 상승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켰다는 내용뿐이었다.
엄마가 묵직한 가방을 한 손에 든 채,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재이는 빠르게 뒤돌아 누웠다. 엄마는 재이의 스마트폰을 탓했다. “그러니까 네가 그런 캠프에 끌려가지!” 재이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었다.
며칠 전 재이는 전환학년 통지서를 받았다. 엄마는 아무런 기록이 남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오히려 재이가 인격적으로 성장할 기회라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재이는 왜 자신만 전환학년이 되었는지. 혹시 정말로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지 불안했다.
< 제목: 오점오 학년 후기 찜(스포 주의) >
무려 십팔 년 전의 글이었다. 작성자의 닉네임은 H였다. H가 캠프에 다녀온 것은 작성일로부터 이 년 전이었다. 정부 지침으로 전환학년 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된 직후였다. H는 제1기 전환학년인 셈이었다. H가 5학년이 되자 학급 전체에 QCI-5검사가 진행되었고, 그건 단순한 설문조사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5학년 2학기가 끝난 겨울방학 직전, H는 전환학년 통지서 받았다. H는 당황스러웠다가 금방 억울해졌다고 당시 감정을 풀어두었다. 심지어 부모님조차도 H를 의심했기에, H는 QCI-5 검사는 물론이고 이어지는 캠프에 대해 매우 큰 반감이 있었다. H는 캠프 내내 비협조적이었고 개인행동을 일삼았다. 그러다 캠프에서 관계자끼리 하는 이야기를 엿들었는데,
리나에게 카톡이 왔다. 재이는 리나의 카톡알림을 툭 밀어버렸다. 게시글에 숨겨져 있던 하얀 텍스트가 드래그를 하자 나타났다. QCI-5는 총 여덟 가지 항목에 점수를 매기는 검사였다. H가 적어둔 항목은 다음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