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지 않는다

승부 예측 하다 용돈 다 날렸다
돈 놓고 돈 먹기, 사다리 타기 하다 다 털렸다
 
등교하자마자 부지런히
돈 꾸러 다닌다
 
1반부터 8반까지 돌았다, 담임 없는 반부터 빠르게 돌고
이따 5학년 교실도 들러 봐야겠다
 
저학년은 벌써부터 집에 간다
컵볶이 쥐고 꺅꺅대면서 간다, 떡 대여섯 개에 좌우되는
저들의 기쁨과 슬픔이란…
야생 동물과 다른 것이 뭘까?
 
기쁨은 현실에 없다
화단의 달팽이 팔아 봤자 후배한테 오백 원 뜯는 게 다다 생명의 값어치래 봤자 그뿐이다 그것이 현실의 현실이다
하지만 사이버 달팽이는 일 년치 용돈을 껌으로 번다 달팽이 등수를 정확히 예측할 수만 있다면
 
그러려고 돈을 마련한다
5학년 교실을 전부 돌았다 딱 한 반만 빼고, 소율이네 반만 안 갔다
서방의 이런 꼴, 안 보는 게 좋다 그 정도 분별력은 나도 있다
 
소율이가
지금은 교실에 안 보인다 화장실 갔다고 한다 얼른 들어가서
화단에서 주운 달팽이를 판다 한 마리에 오백 원 몸집 큰 건 천 원씩, 다짜고짜 손등 위에 올려대며
 
여기서 뭐 해 오빠?
아니… 그 있잖아.
 
이쯤이면 잃을 거 없다는 심정이다
 
소율아 미안한데 나 만 원만,
 
없으면 판치기 하게 천 원이라도…
 
수업 종이 울리고 있지만 사람 목숨이 달려 있다 돈 줄 때까지 꿈쩍도 않겠다
벙찐 표정으로 담임은 우리를 번갈아 보고
 
미친 새끼, 이제 아는 척하지 마,
 
소율이가 지갑을 내던지며 말한다 쥐어 들고 교실을 나선다 이런 나에게도 원칙은 있다 절대로
먹고 튀지 않을 것 은혜에는 은혜로 갚을 것, 승부는 확실한 판단이 서는 순간에
 
금방 미우미우 모자 사 들고 간다 소율아…
 
등신 같은 어른들과 나는 다르다 등쳐 먹힌 아빠와는 다르다 더는 내 주변에 우는 여자는 없다

천국이라는 이름의 고문 기구


미운 사람이 있었다
그렇게 미우면
 
사살해, 악마가 와서 속삭였다, 끝장을 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자꾸 맴돌아서
죽였다
뒤이어 나도 죽었다
 
떨어진 지옥에서, 우연히
살해한 사람과 마주쳤다
저녁은… 먹었어?
지옥엔 날붙이가 없어서 나는 목이 졸렸다
 
도착한 곳은 지옥지옥
그 사람은 의식 없이 옆에 쓰러져 있어
절벽까지 업고 갔다, 같이 죽으려고
 
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에 먼저 도착해 그 사람이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다 수 세월 동안
어쩌면 그 사람은 목숨을 끊지 않고
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지옥에서
꿋꿋이 삶을 이어 가기로 결심했을 수 있다
 
여기나 거기나
거기서 거긴데, 사해질 수 있는 잘못이 아닌데
 
기다리다
인가로 내려갔다
 
이곳 주민들은 소박하고 착해
타인에게 손찌검하면 끔찍한 곳으로 떨어진다 믿는다
 
아냐 이 친구들아 그건 공평하지 않아
받은 괴로움을 똑같이 돌려줘도 되고 말고
 
부드러운 서로의 목덜미를
주민들이 모래 탑처럼 쓰러뜨리는 걸 보며
 
더 쌓으면 됐을 텐데
닿았을 텐데, 두개골 구멍에 대고 속삭인다

나원호
문예창작과에서 시와 동화를 전공했습니다. 좋아하는 것은 무해하고 만만한 사람. 저 또한 그렇게 되기를 소망합니다.